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 1970~2016, 대한민국의 숨겨진 간첩 조작사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 10점
서어리 지음/한울(한울아카데미)
최승호, 신경민, 한홍구가 추천한 책!
대한민국이 수십 년간 숨겨온 불편한 진실을 말하다

2013년 벌어진 ‘유우성 사건’은 한국 사회의 인권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공작 정치는 여전했고 평범한 이들은 삶을 파괴당했다. 반성 없는 국가, 무참히 짓밟힌 인간의 현실에 대해 심층 취재에 나선 ≪프레시안≫의 ‘중고 막내’ 서어리 기자가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 잘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이들에 대한 간첩 조작 사건을 기록했다. 
제18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 기획 1부 ‘간첩 공장의 진실’, 2016년 후속 취재로 구성한 2부 ‘조작 간첩으로 살기’를 통해 구타와 고문, 가족을 ‘미끼’로 한 협박, 끼워 맞추기식 억지 재판, 혹독한 수감 생활, 고문 후유증, 사회적 낙인, 복구되지 않는 일상으로 이어지는 고통을 겪은 사건 피해자들의 사연을 발굴했다. 3부 ‘분단 공포 넘어서기’에서는 간첩 조작을 야기한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대담 및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았다. 
수십 년간 근거 없는 ‘간첩 조작’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공포 정치’로 이어져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는 현실은 이 책의 이야기들을 과거의 안타까운 사건이나 일부 탈북자의 특수한 사례로 말할 수 없게 한다. 여전히 국가 폭력으로 인한 국민의 희생이 시대의 화두인 지금, 이 책이 “피해자에 귀 기울인 사람들의 양심으로 만든 강력한 백신”으로 한국 사회에 작용하기를 희망한다.



간첩이라는 ‘시나리오’, “대한민국이 나를 고문했다”

많은 이들이 “설마 국정원이나 검찰이 아직도 멀쩡한 사람 잡아다가 간첩 만들겠나” 생각하던 2013년에 벌어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일명 유우성 사건)은 한국 사회의 여전한 인권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분단을 매개로 한 정보기관의 공작 정치는 여전했고 평범한 사람들은 삶을 파괴당하고 있었다. 반성 없는 국가, 무참히 짓밟힌 인권의 현실을 보며 당시 4년 차 기자는 이를 “그저 한때의 이슈”로 흘러가게 해서는 안 되겠다 생각해 심층 취재에 나섰다. 현실은 참혹했다. 1970년대부터 꾸준히 ‘간첩 조작’은 이루어져 왔고, (비록 더디게나마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지만) 국가는 자신의 폭력적인 과거를 반성하는 데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정부 기관 주도의 ‘간첩 기획극’은 벌어지고 있었다. 이 책은 대한민국 권력집단이 저질러온 폭력의 역사와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탄생한 ‘대한민국의 간첩 조작 역사서’이다. 여전히 숨겨진 부분이 많은 간첩 조작의 역사와 그에 연루된 이들의 사연을 담았다.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 그들의 몸에 각인된 ‘진실’을 말하다

취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들에게 깊은 ‘아픔’으로 각인된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과정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구타와 고문, 가족을 ‘미끼’로 한 협박, 끼워 맞추기 식 억지 재판, 공소장의 오타까지 베껴 쓴 판결문, 장기간의 혹독한 수감 생활, 파괴된 건강, 장애, 고문 후유증, 지워지지 않는 사회적 낙인, 무죄 선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느껴지는 감시의 눈길, 깨져버린 채 복구되지 않는 일상……. 하지만 (이 책의 실질적인 주인공이기도 한) “지구상에서 내 고통을 넘어선 사람이 역사에 있겠는가” 싶을 정도로 힘들어했던 피해자들은 결국 인터뷰에 응해 그들의 몸에 각인 된 ‘진실’을 말했다. 진짜 진실을 밝히는 것, 그리고 그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것만이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이 트라우마를 넘어 조금이나마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정보·수사기구들이 과오를 자각하고 사과할 때, 그리고 많은 독자들이 국가 기관의 ‘의도된 기획’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때, 수십 년간 계속된 암울한 현실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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