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무너지다 - 한국 명예혁명을 이끈 기자와 시민들의 이야기

박근혜 무너지다 - 10점
정철운 지음/메디치미디어
‘언론판 국공합작’과 ‘SNS 시민’이 모여서 만든 명예혁명,
그 빛나는 승리의 기록을 담다

2016년, 한국 사회에서 언론은 국민들로부터 얼마만큼 신뢰 받고 있을까. 공영방송은 보수정권에 순치된 지 오래고,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은 당파적으로 분열해 있으며, 모든 언론이 뉴미디어 시대에 적응하느라 선정성 경쟁을 벌이기 바쁘다. 언론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기자를 비꼬아 일컫는 ‘기레기’라는 말이 국민들로 하여금 조롱의 대상으로 불리는 건 당연했다. 언론이 한국 사회 개혁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언론 냉소’ 시대였다.
2016년 가을, 한국 사회에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만듦으로써 온 국민을 ‘멘붕’에 빠뜨린 초유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라는 거대한 빙산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보수언론, 진보언론 가리지 않고 기자들이 앞장서서 권력에 맞서 사태의 전말을 밝혀내는 데 한목소리를 낸 사실이다. 2014년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가 탄압받고 불신받은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TV조선과 한겨레와 JTBC의 연합 공세가 이룬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여기에 SNS를 통해 시민들의 분노와 함성이 더해졌음은 물론이다. 이 같은 기자와 시민 연합군 덕분에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세상에 드러난 지 20일도 안 되어 대통령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야 했다.
언론사를 취재하는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 기자인 저자는 “이 책은 박근혜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린 기자들과 시민들에게 보내는 감사 인사”라면서, “헌법을 수호하고 상식을 지키며 민주주의를 갈망한 기자와 시민이 이루어낸 승리의 역사를 누군가는 기록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이 책의 집필의도를 밝힌다.


보수와도 권력을 나누지 않은 독선적 보수정권,
폭압에 대한 여론의 저항으로 무너지다

이러한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를 묻기에 앞서 행위자를 구별하는 섬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보수언론이 정권에 대해 가졌던 불만의 내용이 다르고, 진보언론의 내용이 다르며, 시민의 그것이 각각 다르다. 민주화 이후 보수정부는 재벌 및 보수언론과 권력을 나누어 가지면서 협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언론이나 보수정부를 지지하지 않은 야권 성향 시민들은 소외되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아버지 박정희 사망 후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변화에 대해 전혀 아랑곳 않고 그러한 수준의 협치조차 거부했다. 보수정부-재벌-보수언론의 동맹이 진보언론과 시민사회를 포위하는 것이 기존 구도였는데, 보수정부가 사실상 독재를 추구하면서 그 포위망이 깨졌다. 결국 보수의 카르텔은 균열을 일으켰고, 불만을 지닌 보수언론이 진보언론 및 시민사회와 연합하고 재벌의 묵인 하에 보수정부를 규탄하는 역포위 섬멸작전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오늘날 한국 언론의 지형도가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TV조선과 JTBC가 제각각의 이유로 전쟁에 참전한 경위는 종편 승인 이후 5년간 이 방송들이 택한 생존 전략의 부침과도 연결된다. 시민들이 주도한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붙이기 운동은 언론의 당파성을 무너뜨리고, 생각 있는 기자라면 누구나 팩트 확인 경쟁에 나서도록 부추겼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모든 시민이 몸으로 겪어낸 한 독선적 보수정권의 붕괴 과정은, 우리 사회가 우여곡절 끝에 당도한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는 성공 사례라 할 만하다.

“오늘날 뉴스는 ‘공유’되지 않으면 존재하지도 않는다. 뉴스 수용자인 시민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하나의 광장을 형성하며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리고 저마다 자신이 공감하는 기사를 공유했다. 언론이 외면 받지 않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은 ‘#그런데퇴순실은?’에 응답하는 것이었다.”
_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