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Littor 2016.10.11 - 2호
릿터 Littor 2016.10.11 - 릿터 편집부 엮음/민음사 |
이 시대의 뉴 노멀, 페미니즘
창간호에서 세계에 엄습한 새로운 기준, ‘뉴 노멀’을 화두를 던진 《릿터》가 2호에서는 그 구체적 움직임을 다룬다. 커버스토리로 ‘페미니즘’을 내놓으면서, 지금 여기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과 차가운 담론이 오가고 있는 현장에 문학의 이름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만화가 이자혜의 그림으로 커버스토리-페미니즘의 색채를 더욱 확연히 하며, 여성학자 김현미, 김신현경, 손희정의 글로 한국 페미니즘 역사를 일별한다. 서유미, 김엄지 등의 짧은 이야기(플래식 픽션)은 여성 작가의 시선과 감각을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한다.
2016년 TV 예능에서 여성의 쓰임과 목소리를 논한 최지은 기자의 글과 1916년 문단에 데뷔한 최초의 근대 여성 문학인 ‘김명순’에 대한 김혜진 작가의 짧은 평전은 100년의 시간을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여전히 제자리인 듯한, 페미니즘의 아이러니한 시간을 곰곰이 되새기게 한다.
리부트 페미니즘 그리고 문학의 ‘준비’
신인 소설가 김혜진이 쓴 ‘김명순 평전’과 현재 세계에서 가자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소설 「준비」가 한 잡지에 실린 것은 우연 치고는 의미심장하다.
「준비」는 《뉴욕타임즈》에 발표된 정치적 팬픽션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등장인물은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트럼프와 그의 일가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영부인 후보가 되어 버린 맬러니아 트럼프를 화자로 한 이 소설에서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할 점은 소설 전체가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댈러웨이 부인』을 오마주했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인 김명순은 등단 100주년을 맞이해 이제야 ‘평전’이라는 이름으로 후대에 알려지고 버지니아 울프는 유력한 작가에게 ‘오마주’라는 형식을 띈 존중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김명순은 우리에게 지워졌던 이름이며 새로운 시작이다. 2016년 새로 리부트된 페미니즘이 문학을 리부트하고 있는 것이다.
심상치 않은 높이를 그리며 나타난 이 새로운 물결 앞에 아디치에의 소설과 《릿터》 2호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준비물’이 될 것이다.
《릿터》의 판타지아
기행문, 취재기, 작법서, 예찬기. 다양한 색깔의 에세이는 이번 호에서도 계속된다. 장강명, 이응준, 박태하, 이영훈, 서경식의 연재가 글의 맛을 더해 가고 있다. 소설가 이장욱의 ‘보르헤스적 아우라‘가 넘치는 신작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도 빼놓지 못할 읽을거리다.
2호 인터뷰는 시인 황인찬과 영화배우 김새벽이 그 주인공이다. 정세랑 작가가 진행한 황인찬 인터뷰에서는『희지의 세계』, 그다음으로 나아갈 그의 세계에 대한 주요한 힌트가 담겼다. 「한여름의 판타지아」에서 보여 준 설렘, 고요, 몽환적 이미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영화배우 김새벽의 인터뷰는 무척 각별할 것이다. 김새벽을 만나 타인의 삶을 만나는 구체적 행위로서의 독서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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